
처음 “의료기기 시험원”을 목표로 잡으면, 대개 이런 생각부터 듭니다.
“어떤 장비를 다루지?” “무슨 표준을 먼저 외워야 하지?”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조금 다르게 평가합니다.
장비를 돌릴 줄 아는가보다, 그 시험이 ‘다시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게 통제되어 있는가를 봅니다.
오늘 글은 그 출발점을 정리합니다. (직무이해 → 로드맵 → 포트폴리오)
1) 직무이해: 무엇을 시험하고 무엇을 남기는가
시험원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으면, 많은 분들이 ‘장비를 돌려서 결과를 뽑는 사람’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시험원은 제품이 규격과 규제 요구사항을 만족한다는 사실을 “데이터와 문서”로 증명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즉, 시험의 핵심은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 아니라, 그 결과가 재현 가능하고(Repeatable), 추적 가능하며(Traceable), 감사에서 설명 가능한 형태로 남아 있느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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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의료기기 시험원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은 “무슨 시험을 할지”보다 ‘무엇을 남길지’를 먼저 정하는 것입니다. 같은 시험을 해도 어떤 조직은 결과가 바로 제품 변경과 CAPA로 연결되고, 어떤 조직은 대외 성적서로 발행되어 고객과 규제기관에 전달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본인은 열심히 시험했는데도 ‘기록이 부족하다’ ‘근거가 약하다’는 피드백을 반복해서 받게 됩니다.
시험원의 업무는 보통 아래 3가지 축으로 정리됩니다.
1️⃣ 시험 설계(요구사항 해석)
- 적용 표준/사양/허가요건을 읽고, 시험 항목과 수용기준을 시험계획서로 전환합니다.
- 샘플링 수량, 조건, 환경(온도·습도·전원), 편차 처리 기준까지 미리 정의합니다.
2️⃣ 시험 수행(방법 준수)
- SOP에 따라 시험을 수행하고, 원데이터를 즉시 기록합니다.
- 장비 교정 상태, 시약/소모품 로트, 시험자, 날짜/시간 등 “나중에 다시 재현할 때 필요한 정보”를 빠짐없이 남깁니다.
3️⃣ 결과 해석 및 보고(설명 가능성)
- 결과가 수용기준을 만족하는지 판단하고, 이상(OOS/OOT)이 있으면 원인 가설→확인→조치로 연결합니다.
- 단순 ‘합격/불합격’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떤 근거로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문서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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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전문가가 초기에 반드시 잡아야 할 감각이 하나 있습니다. 시험은 “측정”이 아니라 “통제된 측정”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동일 장비로 측정했더라도, 교정 이력·환경 조건·시험자 숙련·데이터 기록 방식이 관리되지 않으면 결과 신뢰성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채용 담당자가 보는 포인트도 의외로 단순합니다. “이 사람이 장비를 만질 줄 아느냐”보다 ‘시험실의 규칙을 만들고 지키게 할 수 있느냐’를 봅니다.
✔ 체크 포인트(지금 당장 정리할 것)
• 내가 목표로 하는 분야는 어디인가: 전기·전자(안전/EMC) / 기계·재료 / IVD 성능 / 멸균·포장 / 소프트웨어 등
• 시험 결과가 어디로 가는가: 내부 개발·품질 의사결정 / 고객 제출 성적서 / 규제기관 대응 자료
• 내가 남겨야 할 산출물은 무엇인가: 시험계획서, SOP, 원데이터 양식, 성적서 템플릿, 편차·CAPA 기록
이 3가지만 선명해져도 이후 준비가 “공부”가 아니라 “업무 설계”로 바뀝니다.
2) 로드맵: 표준·장비·데이터 기본기
많은 분들이 ‘표준부터 외워야 하나요?’라고 묻는데, 순서를 바꾸는 게 효율적입니다. 시험원 준비는 암기 경쟁이 아니라 업무 흐름을 재현하는 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로드맵을 “읽기→만들기→검증하기” 3단계로 권합니다. 이 순서를 따르면, 표준 용어가 단어장처럼 흩어지지 않고 실제 문서 형태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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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기: 내가 다룰 제품군과 표준 지도를 만든다(1~2주)
우선 한 장짜리로 정리하세요.
- 제품군: 예) 전동식 치료기기, 환자감시장치, IVD 분석기, 주사기/카테터, 멸균 포장 등
- 시험영역: 안전, EMC, 성능, 내구/환경, 생물학적 안전성, 멸균/포장, 소프트웨어 등
- 적용 문서: 법/고시/가이드, 국제표준(또는 KS), 사내 규격(Spec)
여기서 중요한 건 “완벽한 목록”이 아니라 내가 지원할 공고에서 반복되는 키워드를 잡는 것입니다. 공고에 ‘17025’, ‘교정’, ‘시험성적서’, ‘SOP’, ‘원데이터’가 보이면 시험기관형 역량을, ‘설계검증’, ‘DV/PV’, ‘위험관리’, ‘CAPA’가 보이면 제조사형 역량을 우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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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만들기: 표준을 “문서 양식”으로 바꾼다(3~6주)
표준을 읽기만 하면 기억이 빠르게 희미해집니다. 반대로, 시험계획서와 SOP 양식을 직접 만들면 표준이 자동으로 머리에 남습니다. 아래 4가지는 최소 세트로 준비해두면 좋습니다.
- 시험계획서 템플릿: 목적/범위/시험조건/샘플링/수용기준/편차 처리/보고서 구조
- SOP 템플릿: 준비물, 안전, 단계별 절차, 기록 항목, 이상 시 조치, 승인/개정 이력
- 원데이터 기록지: 시험자/장비/교정상태/환경/시간/로트/측정값/비고
- 성적서(또는 시험보고서) 골격: 요약, 방법, 결과, 결론, 부록(원데이터 참조)
문서를 만들 때의 핵심은 “멋진 문장”이 아니라 누가 봐도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예를 들어 ‘적절히 조정한다’는 표현은 현장에서는 금지어에 가깝습니다. 어느 값을, 어떤 순서로, 어떤 기준에서 조정하는지까지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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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검증하기: 데이터 신뢰성 3종 세트를 확보한다(7~10주)
시험원에게 신뢰성을 묻는 질문은 대체로 이 3가지로 수렴합니다.
• 장비는 믿을 수 있는가? → 교정/점검/일탈 시 조치 흐름이 있는가
• 방법은 믿을 수 있는가? → 방법 검증(verification) 근거가 있는가
• 기록은 믿을 수 있는가? → 원데이터의 수정·보관·승인 체계가 있는가
처음부터 어려운 통계 보고서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반복 측정 예시(예: 10회 측정), 간단한 산포도/평균·표준편차, 측정 조건 비교를 통해 “왜 이 결과를 믿을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연습을 하세요. 이 과정에서 데이터는 숫자보다도 메타데이터(누가/언제/어떤 조건에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 실무형 체크리스트
• 시험 전: 샘플 식별, 환경 확인, 장비 상태 확인, 버전(절차서) 확인
• 시험 중: 원데이터 즉시 기록, 수정 시 사유/서명/시간 남김, 이상 징후 메모
• 시험 후: 결과 검토(2인 검토 권장), 수용기준 판단 근거 기록, 편차 처리
이 로드맵을 따라가면 “시험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시험을 통제할 줄 아는 사람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습니다.
3) 포트폴리오: 면접에서 통하는 산출물 만들기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의료기기 시험원은 경력이 없더라도 업무 산출물을 통해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직무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산출물이 없으면 면접이 추상적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따라서 첫 취업(또는 이직) 준비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내가 실제로 낼 결과물 3개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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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면접에서 통하는 산출물 3종 세트
아래 세트는 업종·제품군을 크게 타지 않으면서도, 현장에서 즉시 쓰는 문서들입니다.
① 시험계획서 1건(완성본)
- 가상의 제품을 하나 정하고(예: 휴대형 생체신호 측정기, 소형 멸균 키트 등),
- 시험 목적과 수용기준을 명확히 한 뒤,
- 샘플링과 조건(환경/전원/예열시간/측정 횟수)까지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면접관이 보는 포인트는 “항목이 많냐”가 아니라 수용기준과 편차 처리 기준이 명확하냐입니다.
② SOP 2건(운용 + 기록/검토)
- 장비 운용 SOP 1건: 준비→측정→정리→이상 시 조치까지 단계화
- 기록/검토 SOP 1건: 원데이터 작성 규칙, 수정 규칙, 검토/승인 흐름
특히 기록 SOP는 ‘데이터 무결성 감각’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③ 편차(Deviation) 시나리오 1건
실무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보다 “문제가 났을 때 어떻게 처리했는가”가 더 강하게 기억됩니다. 예를 들어
- 환경 조건 이탈(온도/습도)
- 장비 경고 발생
- 샘플 손상/오염 의심
같은 상황을 가정하고, 원인 가설→추가 확인→영향평가→재시험/폐기 기준→재발 방지까지 흐름도를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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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주 받는 질문, 이렇게 준비하면 깔끔합니다
면접에서 실제로 자주 나오는 질문은 기술 문제보다 “운영” 질문입니다.
Q. 시험 결과가 애매하면 어떻게 판단하나요?
A. 수용기준을 먼저 확인하고, 기준이 모호하면 ‘사전 합의된 규칙’(시험계획서의 편차 처리/재시험 기준)에 따라 처리합니다. 동시에 원데이터와 조건을 점검해 재현성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영향평가를 통해 결론의 범위를 명확히 합니다.
Q. 기록을 왜 그렇게까지 꼼꼼히 남기나요?
A. 시험은 결과만 남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만든 조건이 함께 남아야 재현과 감사 대응이 가능합니다. 기록은 품질 보증의 수단이며, 개인의 성실성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요구사항입니다.
Q. 경험이 부족한데 장비는 어떻게 익히나요?
A. 장비 조작 자체는 매뉴얼과 교육으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차이는 ‘기록과 통제’에서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장비 학습과 동시에 기록지/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작업이 표준화되도록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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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요약
• 시험원 준비는 “자격증”보다 “산출물”이 빠릅니다.
• 직무이해 → 로드맵 → 포트폴리오 순서로 쌓으면, 면접이 구체적으로 변합니다.
• 결국 첫 발걸음은 하나입니다. 내가 수행한 시험을, 다른 사람이 그대로 따라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문서로 남기는 습관입니다.
혹시 원하시면, 다음 글에서는 “시험계획서 템플릿(필수 항목 12개)”과 “원데이터 기록지 샘플”을 실제 양식 형태로 정리해드릴게요.